[정책 인사이트] 노인학대 10년 만에 2배로…가해자 56.8%가 60세 이상
작년 노인학대 사례는 7167건으로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가해자 중에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에 56.8%로 10년 전보다 16.5%포인트 높아졌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서 노(老)·노(老)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노인학대 7167건…12년 연속 증가
오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노인 인권을 보호하고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노인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1만건을 처음으로 넘어서더니, 2023년에는 2만건도 뛰어넘었다. 13일 보건복지부가 낸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는 2만2746건의 노인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의심 신고 중에 실제로 노인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작년에 7167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6년 4000건을 처음으로 넘어서더니 이후 2018년 5188건, 2020년 6259건, 2023년 7025건 등으로 갈수록 늘어난 것이다.
실제 노인학대는 통계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노인학대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피해자가 학대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가족 문제 등을 고려해 학대를 감추려 한다는 것이다.
노인학대 가해자 중 70세 이상이 가장 많아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23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20%(1024만4500명)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가 됐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 가해자의 연령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40대와 50대 등이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작년 노인학대 가해자 중 70세 이상이 7881명 중 34.7%(2734명)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60대(1743명)까지 더하면 56.8%다.
노(老)·노(老) 학대 증가는 예견된 바 있다. 복지부는 2014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서 “고령의 학대 행위자가 증가하는 것은 노인의 평균 수명이 높아지는 등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는 고령화와 더불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극적으로 재원 등을 투입해 노인학대 피해 가정 발굴과 상담과 같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인학대 피해 신고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노인학대 의심 가정에 대한 방문 상담 등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양혁 기자 presen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