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해보는 이야기입니다
필리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나 휴식처 이상입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아왔고,
누군가는 자녀 교육과 가족의 삶을 위해,
또 누군가는 은퇴 후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을 겁니다.
이유는 달라도 우리는 '필리핀'이라는 가능성의 공간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요즘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나라가 단순히 저렴한 생활비나 따뜻한 날씨 때문만은 아니라고요.
필리핀은 각자의 인생 시기마다 다른 이유로 빛나는 나라라는 점에서,
참 묘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실험의 무대
필리핀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완성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이미 갖춰진 구조에서는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빈칸을 직접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습니다.
작은 사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시스템도 내가 설계하고,
그 결과를 내 손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환경.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실감을 줄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고령층에게는 존중받는 쉼의 공간
한편, 은퇴 후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을 보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비교적 적은 연금으로도 충분히 여유 있는 삶을 꾸리고 계십니다.
필리핀은 간병인이나 도우미, 드라이버를 고용하는 비용이 낮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간병비가 하루에 1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장기요양보험이나 요양원을 고려해도 현실적인 부담이 상당하지만,
이곳에서는 도움받으면서도 존중받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노인을 대하는 공손한 태도,
아이를 향한 따뜻한 눈빛,
이런 것들이 필리핀을 다르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젊은 엄마와 자녀에게는 살아 있는 영어교육 환경
요즘은 젊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필리핀에 머물며
영어 교육을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모습도 많아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어학원, 과외, 영어 유치원 등을
버겁게 감당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생활 자체가 영어 노출의 연속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엄마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습’이 아닌, 삶 속에서 습득하는 영어.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기도 하죠.
필리핀은 하나의 정답만 가진 나라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쉼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치안이나 행정, 인프라 문제는 가끔 우리를 불편하게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우리 각자에게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 다르고,
그 선택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나눌 때, 그 선택의 무게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거나 대화를 나눌 때,
한마디 말로 누군가의 선택과 배경, 삶 전체를 가볍게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정말 빠르게 발전한 나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웠던 기억의 땅이고,
누군가에게는 자랑스러운 모국일 것입니다.
그렇듯 필리핀에 온 이유도,
누구나 다 사연과 판단이 있습니다.
좋았든 나빴든, 각자의 인생에서 내린 결정이었을 테니까요.
불만을 말할 수도 있고,
답답함을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계속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각자가 이곳에 남아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그건 모두가 다르겠지만,
바로 그 다양함이 이곳 필리핀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묶어주는 힘이 아닐까요.